센터에서 미술치료를 진행하다 보면 마음이 많이 무너진 분들일수록
몸도 함께 아픈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자가면역질환을
오랫동안 앓고 계신 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고,
그분들을 가까이에서 뵐수록 이 병의 뿌리가 단순히
신체적인 문제만이 아니라는 걸 점점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내 몸이 나를 공격하는 이유, 스트레스를 빼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이란 면역 체계가 외부 바이러스나 세균이 아닌 자기 자신의 세포와 조직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나를 지켜야 할 방어 시스템이 오히려 나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상황입니다.
이 질환의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유전적 소인, 감염, 호르몬 변화, 환경 독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인체 백혈구 항원(HLA) 유전자가 자가면역질환 발병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 HLA란 우리 몸이 자기 세포와 외부 침입자를 구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 복합체입니다. 이 유전자 형태에 따라 특정 자가면역질환에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건강정보).
제가 직접 겪어보고 또 센터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느낀 건,
유전이나 감염 못지않게 만성 스트레스가
실제 발병의 방아쇠를 당기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오랫동안 자가면역질환을 치료 중이신 분들을 뵈면 공통적인 패턴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얼마나 힘든지 인지하지 못한 채 수년간 몸으로만 버텨온 분들이었습니다.
"저는 별로 스트레스 없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 중에
가장 몸이 많이 망가진 경우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개념이 분자 모방(molecular mimicry)입니다. 분자 모방이란 특정 바이러스나 세균이 우리 몸의 세포 단백질과 유사한 구조를 가져, 면역 체계가 병원체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자기 세포까지 함께 공격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는 면역 조절 기능이 흔들리면서 이런 오인 공격이 더 쉽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은 20~50대 여성에게 특히 많이 발생하는데, 에스트로겐을 비롯한 여성 호르몬이 T세포와 B세포의 활성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T세포란 면역 반응의 핵심을 담당하는 세포로, 이 세포의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류마티스 관절염, 루푸스, 궤양성 대장염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건강정보).
저 역시 건강이 무너졌던 시기를 지나면서
자신의 몸 상태를 알아차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 상담을 공부하고, 미술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내가 나를 공격하는 세포들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가면역질환, 식이요법으로 염증을 줄이는 방법
마음을 돌보는 것과 함께, 실제로 몸의 염증 반응을 줄이기 위한 식이 관리도 빠질 수 없습니다.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을 오랫동안 진료한 임상 경험에서 나온 식이 원칙들을 보면, 단순히 "뭘 먹어라 말아라"가 아니라 몸의 신호를 읽는 훈련에 가깝습니다.
제가 직접 실천해보고 주변에서도 효과를 확인한 원칙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최대한 가공을 거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음식을 섭취한다
- 매일 식사 일기를 써서 어떤 음식을 먹은 뒤 몸에 반응이 오는지 파악한다
- 단순당 섭취를 줄인다. 당은 사이토카인(cytokine) 분비를 자극해 염증 반응을 악화시킬 수 있다
- GI 지수가 높은 음식, 즉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음식을 피한다
- 아침은 든든히, 저녁은 소식하거나 간헐적으로 단식하는 방식으로 염증을 줄인다
- 방부제나 살충제가 포함된 식품을 가급적 피한다
- 커피를 비롯한 카페인 섭취를 최소화한다
- 먹은 뒤 증상이 악화되는 음식은 과감히 식단에서 제외한다
여기서 사이토카인(cytokine)이란 면역 세포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신호 물질입니다. 이 물질의 균형이 깨지면 염증이 통제되지 않고 만성화될 수 있기 때문에, 식이를 통한 조절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한 가지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이 있습니다. "면역력을 올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흑염소나 보양 식품을 찾는 경우가 있는데, 자가면역질환에서는 오히려 면역 활성이 과도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강장 식품이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면역 균형을 높이는 것과 면역력 자체를 무조건 끌어올리는 것은 전혀 다른 방향입니다.
자가면역질환 관리에서 식이요법의 핵심은 완치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염증의 진폭을 줄이고 악화를 막는 데 있습니다.
꾸준히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면서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치료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자가면역질환은 하루아침에 생긴 병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랜 시간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버텨온 결과가 몸에 쌓인 것이라면,
회복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 있다면, 모든 걸 내려놓고 자연을 찾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자신이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을 통해
몸의 염증을 달래는 일은 결국 마음을 먼저 달래는 일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을 갖고 마음을 위로하며 회복하는 시간을 통해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시간을 갖는 다면 건강을 회복하는 시간이 빨라 질 것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Em3Ujq7fWA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2131
https://www.snuh.org/health/nMedInfo/nView.do?medid=AA001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