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유산균을 먹으면
장이 당연히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갑상선암 치료 후 몸이 무너지면서 매일 복통과 팽만감에 시달렸는데,
약국에서 산 유산균을 꾸준히 먹었는데도 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제가 먹던 유산균이 장까지 살아서 도달하고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무너졌을 때 몸에 일어나는 일
장 건강이 무너지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단순한 소화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이건 소화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피로감이 만성이 되고, 이유 없이 불안하고 우울한 날이 늘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세로토닌의 약 90%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있었고,
장이 망가지면 기분까지 흔들리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여기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란 장 안에 사는 수십억 마리의 미생물 생태계 전체를 의미합니다. 유익균, 유해균, 중간균이 공존하며 균형을 이루는데, 이 균형이 깨지는 상태를 장내 세균 불균형(Dysbiosis)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 장 안의 생태계가 오염된 상태입니다. 이상적으로는 유익균 대 유해균의 비율이 약 8.5 대 1.5 정도로 유지되어야 하는데, 이 균형이 흔들리면 염증이 생기고 각종 질환이 연쇄적으로 따라옵니다.
장에는 신체 면역 세포의 약 70~80%가 집중되어 있습니다(출처: 대한소화기학회). 저는 감기에 유독 자주 걸리는 편이었는데, 그것도 결국 장 면역이 무너져 있던 탓이었다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감기약보다 유산균과 채식 위주 식단으로 몸을 바꾸고 나서야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 체질로 달라졌습니다.
장누수증후군, 몰라서 더 오래 고생했습니다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장 트러블의 원인을 찾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입니다.
화장실 찾기 어려운 외출 자리에서는 아예 음식을 안 먹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버텼습니다.
그게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뒤늦게야 알았습니다.
장누수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란 장 점막이 손상되어 장벽의 투과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상태를 말합니다. 소화되지 않은 음식 입자나 독소, 미생물이 장벽 틈새로 혈류에 흘러들어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상태입니다. 이 증상이 나타나는 신호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장누수증후군의 대표적인 신호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식후 복통, 가스, 복부 팽만감이 반복될 때
- 특정 음식 섭취 후 피부 트러블(여드름, 습진)이 갑자기 생길 때
- 이유 없는 만성 피로와 집중력 저하가 지속될 때
-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소화 상태와 함께 오르내릴 때
제 경험상 이 중 세 가지 이상이 겹치면 장 점막 상태를 한 번쯤 진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항생제 남용이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 같은 약물도 장 점막에 손상을 줄 수 있는데, 여기서 NSAIDs란 이부프로펜처럼 염증과 통증을 억제하는 데 흔하게 쓰이는 일반 진통소염제를 말합니다. 처방 없이 자주 복용하는 분들이 많은데, 장 점막에 꾸준히 자극을 준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프리바이오틱스와 프로바이오틱스, 둘 다 챙겨야 했습니다
유산균을 먹어도 효과가 없었던 이유를 공부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란 장에 유익한
살아있는 균을 직접 공급하는 것을 말하고,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란 그 유익균이 먹고 자라는 먹이,
즉 식이섬유를 공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는 프로바이오틱스만 챙기고 프리바이오틱스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균을 집에 들여놓고 먹이는 하나도 안 준 셈이었습니다.
채소, 과일, 해조류, 귀리 같은 통곡물을 식단에 꼬박꼬박 넣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김치, 된장, 청국장 같은 발효 식품도 천연 유산균 공급원으로 규칙적으로 챙겼습니다. 특히 된장찌개 하나를 매일 먹는 것만으로도 장이 체감상 훨씬 편해졌습니다. 아들도 어릴 때부터 발효 식품과 채소 위주 식단으로 키웠는데, 덕분에 감기도 잘 안 걸리고 집중력도 좋아서 학교생활도 활기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장 건강이 아이의 뇌와 감정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아들을 보며 직접 확인한 셈입니다.
뇌-장 축(Gut-Brain Axis)이란 뇌와 장이 미주신경을 포함한 신경계로 양방향 소통을 하는 연결 구조를 말합니다. 장이 건강해지면 기분이 안정되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이 이 구조 덕분입니다. 실제로 수면을 충분히 취하는 것도 이 축에 영향을 주는데, 장내 미생물도 생체 리듬을 타기 때문에 수면 패턴이 불규칙하면 마이크로바이옴 균형도 같이 흔들립니다(출처: 국립보건연구원).
장 건강을 지키는 생활 습관, 작은 것부터 바꿨습니다
글루타민(Glutamine)이라는 성분을 보충제로 챙기기 시작한 것도 회복의 전환점이었습니다. 글루타민이란 장 점막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손상된 장벽을 복구하는 데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아미노산입니다. 아연, 오메가-3 지방산과 함께 섭취하면 장 점막 회복을 더 빠르게 도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상 습관에서도 작은 것들을 바꿨습니다.
걷기와 가벼운 조깅을 주 5일 유지하니 장 연동 운동이 확실히 활발해졌습니다.
여기서 장 연동 운동이란 장이 물결치듯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음식물을 항문 쪽으로 밀어내는 움직임을 뜻합니다.
이 운동이 원활하지 않으면 변비나 가스 차는 증상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잠들기 전 배꼽 주위를 시계 방향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것도 꾸준히 실천했습니다.
스트레스 관리도 절대 빠질 수 없었습니다. 만성 스트레스는 장 운동을 직접 저해하고 뇌-장 축을 통해 장내 미생물 균형에도 영향을 줍니다. 명상이나 심호흡이 다소 거창하게 느껴진다면, 저처럼 하루 10분 산책만으로도 시작해 볼 만합니다.
장 건강 회복은 한 가지 방법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 챙기기,
발효 식품 먹기,
식이섬유 늘리기,
수면과 운동 규칙화,
스트레스 줄이기가
맞물려야 비로소 몸이
반응했습니다.
아직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화장실 때문에 외출을
두려워하던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장이 편해지면 하루가 달라진다는 걸,
직접 겪어보니 더 절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장 트러블로 힘드시다면,
유산균 하나를 바꾸는 것보다 먼저
오늘 식단에 채소 한 가지를 더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문제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