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스트레스가 쌓이고 야근이 반복되던 시절,
저는 몸이 보내는 신호를 계속 무시했습니다.
결국 간수치가 400까지 치솟았고 황달까지 경험하고서야
간이 '침묵의 장기'라는 말의 무게를 실감했습니다.
아프기 전까지는 아무 신호도 없다는 게 이 장기의 무서운 점입니다.

간수치가 말해주는 것들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으면 AST, ALT, 감마GT 같은 수치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여기서 AST(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달효소)란 간세포가 손상될 때 혈액으로 흘러나오는 효소로, 수치가 높을수록 간세포 파괴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ALT(알라닌 아미노전달효소)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이 두 수치의 비율을 보면 어떤 종류의 간 질환인지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저는 수치가 400이 나왔을 때 의사 선생님이 AST/ALT 비율을 먼저 보셨던 기억이 납니다.
비율이 2:1 이상이면 알코올성 간질환 가능성이 높고,
그보다 낮으면 비알코올성 간질환을 먼저 의심한다고 했습니다.
제 경우는 과로와 불규칙한 식사가 원인이었는데,
당시엔 그게 이렇게 큰 타격을 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혈액검사에서 빌리루빈 수치도 놓치면 안 됩니다. 빌리루빈이란 적혈구가 분해될 때 생기는 황색 색소로, 간이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혈액에 쌓여 피부와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로 이어집니다. 저는 거울을 봤을 때 눈이 노래진 걸 발견하고서야 병원에 갔는데, 그때는 이미 수치가 한참 올라가 있던 상태였습니다. 황달 증상이 나타날 정도라면 이미 간이 꽤 힘든 상태라는 뜻입니다. 간 건강이 나빠지기 전 나타나는 신호들을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됩니다.
- 이유 없는 만성 피로와 체력 저하
- 소화불량과 더부룩함이 지속될 때
- 예전과 달리 술이 빨리 취하거나 다음날 숙취가 심해질 때
- 피부 트러블이나 소변 색깔이 진해지는 변화
- 콜레스테롤 수치가 검진마다 오르는 추세
이런 증상들이 혈액검사 수치 이상보다 먼저 나타날 수 있다고 합니다.
저도 돌이켜보면 몇 달 전부터 이상 신호가 있었는데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넘겨버렸습니다.
지방간 예방, 술 안 마셔도 안심은 금물
지방간이라고 하면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만 생기는 병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생각이 꽤 위험한 오해라고 봅니다.
요즘은 비알코올성 지방간(NAFLD)이 더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여기서 NAFLD란 알코올 섭취와 무관하게 간세포에 지방이 5% 이상 쌓이는 상태를 말하며, 방치하면 간염, 간경변으로 진행될 수 있는 만성 질환입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액상과당 과다 섭취입니다. 달달한 음료나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액상과당은 포도당과 달리 대부분 간으로 직행해 지방으로 전환됩니다. 흰 쌀밥, 떡, 흰 빵 같은 정제 탄수화물도 마찬가지 경로로 간에 지방을 쌓습니다. 편식이 심했던 제 식습관을 지금 생각해보면, 당분과 탄수화물 편중이 상당히 심각했습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이 국내 성인의 약 30%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대한간학회). 세 명 중 한 명꼴이라는 수치인데, 저는 이 통계를 보고 나서야 제 생활습관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됐습니다.
담석증과 밀크씨슬, 보완적으로 접근하기
담석증을 예방하는 데 있어서 무조건 기름기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 써보니 이건 좀 다릅니다.
담낭(쓸개)은 담즙을 저장하다가 지방이 들어오면 수축하면서 담즙을 분비합니다.
그런데 무지방 식단으로 담낭이 장시간 수축 자극을 받지 못하면
담즙이 농축되면서 오히려 담석이 생길 위험이 높아집니다.
담즙이란 간에서 만들어져 담낭에 저장되는 소화액으로, 콜레스테롤과 빌리루빈, 담즙산 등으로 구성됩니다. 이 성분들의 균형이 무너지면 콜레스테롤이 결정화되어 돌처럼 굳는 콜레스테롤 담석이 형성됩니다. 견과류, 등푸른생선, 올리브유 같은 불포화지방을 적당히 섭취해 담낭이 규칙적으로 움직이도록 자극해주는 것이 오히려 담석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황달을 겪은 이후로 저는 밀크씨슬과 비타민 B군을 꾸준히 챙기고 있습니다.

밀크씨슬의 주성분인 실리마린(Silymarin)은 간세포막을 안정시키고 산화 스트레스로부터 간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실리마린이란 엉겅퀴과 식물에서 추출한 플라보노이드 복합체로, 간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독성 물질이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음식만으로 영양소를 완벽하게 채우는 게 이상적이지만, 바쁜 현대인에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비타민 B군은 간에서 이루어지는 에너지 대사 전반에 조효소로 작용합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마다 B1, B2, B6, B12 등이 필수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결핍되면 간의 대사 부담이 커집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영양제를 고를 때는 함량과 흡수율, 다른 성분과의 상호작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간 건강을 지키는 데 특별한 비방은 없습니다.
제가 황달을 경험하고 나서 내린 결론도 결국 비슷했습니다.
무리한 일정을 피하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어떤 영양제보다 먼저입니다. 거기에 골고루 먹는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을 더하고, 채우기 어려운 영양소는 영양제로 보완하는 구조가 현실적입니다. 무엇보다 1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통해 간 수치와 복부 초음파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침묵하는 장기는 스스로 말하지 않으니, 우리가 먼저 챙겨줘야 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이상이 의심되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